마포구청 앞과 마포농수산물시장에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재임명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트 운영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상인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포구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균 마포구청장에게 이춘기 이사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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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회 |
국민의힘 마포구의원 9명은 2일 오후 서울시의회 별관 2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춘기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재임명을 규탄하며 ▲이사장 자진 사퇴와 구청장의 임명 철회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기준과 후보별 평가 등 인사 검증자료 공개 ▲마트 재입찰 지연 경위와 시장 정상화 일정 공개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과거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트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됐다. 기존 사업자 다농마트의 퇴점과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이어졌고, 이후 신규 사업자 입찰마저 무산되면서 시장 중심 공간의 공실이 장기화됐다.
여기에 과거 마트 운영권 분쟁 당시 공단 이사장을 맡았던 이춘기 전 이사장이 다시 공단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과거의 책임 논란까지 재점화됐다.
2022년 이사장 해임 건의안 발의…최종 결과는 폐기
마포구의회 의안 자료(의안번호 22-35)에 따르면 2022년 3월 14일 강명숙·김기석·김종선·김진천·권영숙 의원은 ‘서울특별시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해임 건의 동의안’을 발의했다.
이 안건은 마포농수산물시장 마트 운영권 공개경쟁입찰과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 공단 운영의 책임 등을 이유로 당시 이춘기 이사장의 해임을 건의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의안에는 2020년 3월 공단이 기존 다농마트와의 운영권 계약을 해지하고, 같은 해 9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경보유통을 신규 사업자로 선정한 경위가 담겼다. 경보유통이 제시한 월 임대료는 기존 임대료의 4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발의 의원들은 신규 사업자의 사업능력과 재무구조, 임대보증금 납부 유예, 사전 담합 및 불법 전대 의혹 등을 제기했다. 또한 기존 사업자와의 소송으로 공공기관의 비용 부담과 관련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안건은 행정건설위원회 소관으로 분류됐으며, 최종 처리 결과는 ‘폐기’로 기록돼 있다.
이번 국민의힘 구의원들의 기자회견도 바로 이 과거의 문제 제기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다농마트 퇴점 이후에도 이어진 공실…2026년 입찰은 왜 무산됐나
2026년 시장 정상화 문제는 마포구의회 회의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9월 4일 열린 마포구의회 행정경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황진택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마트 운영권 분쟁과 공실 발생 경위를 직접 설명했다.
황 직무대행에 따르면 다농마트는 2025년 12월 31일 퇴점했다. 공단은 기존 계약자인 경보유통에 계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약 2개월 동안 계약이 진행되지 않았다. 공단은 경보유통에 일주일 간격으로 7차례 서면 통보를 했으며, 이후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2026년 6월 5일 신규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사업자 선정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입찰보증금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드러났다. 공단 임대사업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낙찰자는 월 임대료 20개월분을 임대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3순위 업체의 경우 보증금이 약 36억 원이었지만 보증보험 발급 한도가 약 30억 원에 그쳤고, 부족한 6억 원을 현금으로 보충하는 방식은 입찰공고에서 허용하지 않아 낙찰이 무효가 됐다.
공단 측은 재입찰이 지연된 배경에 대해서 황 직무대행은 "청에 보고하다 보니 조금 그런 협의가 길어지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는 단순히 입찰 참여자가 없어서 시장 정상화가 늦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입찰보증금 조건과 계약 체결 문제에 더해 공단과 구청 사이의 협의 과정도 지연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공단 책임자의 공식 답변에서 확인할 수 있다.
9월 구의회에서도 재입찰 지연 책임 추궁
9월 21일 열린 마포구의회 제286회 본회의 구정질문에서도 마트 공실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서종수 의원(국민의힘, 대흥,염리)은 다농마트가 공실로 남아 있는 기간이 9개월에 이르고, 상인들이 상권 침체와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며 재입찰 공고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날 회의록에는 2026년 6월 20일 주식회사 가락공판장이 낙찰받았으나 계약 포기서를 제출했고, 차순위 업체인 주식회사 이엘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문답이 기록돼 있다.
황진택 직무대행은 구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서 의원은 입찰 업체들이 계약을 포기한 이유가 임대료보다는 월 임대료 20개월분에 해당하는 보증금 부담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재입찰을 미루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황 직무대행은 과거 구청장에게 입찰 계획을 보고했을 당시 공단 자체적으로 추진할 사항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단 정관과 설립·운영 조례상 이사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상인회가 구청장과 자신을 포함해 고소한 상태이므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공단의 책임과 구청의 관여 범위다.
공단은 독립적인 사업 수행 책임을 지는 기관이지만, 실제 입찰 추진 과정에서는 구청과의 협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 나왔다. 그렇다면 구청과 공단 사이에 어떤 협의가 있었으며, 재입찰을 결정하지 못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인들의 피해가 누적되는 동안 행정 내부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이번 사안의 핵심적인 취재 대상이다.
10월 26일 이춘기 이사장 취임…임기는 3년
마포구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이춘기 전 이사장이 10월 26일 제10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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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츌처 - 마포구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
공단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과거 마포구 부구청장과 공단 제6대 이사장을 지냈으며, 이번 임기는 2029년 10월 25일까지 3년이다. 공단은 9월 11일 임원 공개모집 공고를 게시한 바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과거 해임 건의안까지 발의됐던 인물을 다시 임명하면서 당시 제기된 문제를 어떻게 검증했는지, 어떤 심사기준으로 이 이사장을 적임자로 판단했는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특히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기준과 후보별 평가, 과거 논란에 대한 검토 내용을 요구했다.
공단은 공실 활용 행사 추진…정식 마트 운영과는 별개
공단은 장기 공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 활용 방안도 추진했다.
공단은 10월 16일 마포농수산물시장 공실을 활용해 방문객을 유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공실 공간을 방치하지 않고 방문객 유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임시 체험행사와 정식 마트 운영사업자 선정은 별개의 문제다.
시장 상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문객 증가가 아니라 지속적인 고객 유입과 안정적인 영업환경이다. 따라서 임시 활용 사업이 실제로 주변 점포의 매출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식 마트 운영 재개는 언제 가능한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인사 논란과 시장 정상화, 구청장이 답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두 가지 책임을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공단 이사장 인사의 적절성이다. 과거 마트 운영권 분쟁으로 해임 건의안까지 발의됐던 인물을 다시 임명했다면, 인사권자인 구청장은 왜 이춘기 이사장을 선택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기준과 추천 과정, 후보자 검증 내용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밝혀야 한다.
다른 하나는 마포농수산물시장 정상화 책임이다.
2026년 9월 구의회 회의록에는 입찰 무산 사유와 보증금 문제, 구청과 공단의 협의 지연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시장 공실 문제가 단순히 사업자를 찾지 못한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찰 조건과 행정 의사결정 과정까지 살펴봐야 할 사안임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구의원들의 임명 철회 요구와 별개로, 구청과 공단은 상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시장 정상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공방보다 상인과 구민의 일상이 먼저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작 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상인들과 그동안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이용해 온 구민들이다.
상인들에게 시장은 정치적 논쟁의 공간이 아니라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일터다. 구민들에게도 이곳은 신선한 농수산물을 구입하고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생활 공간이다.
그러나 마트 운영 공백이 길어지고 재입찰마저 지연되면서 그 불편과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시장 상인들과 이용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와 구의회가 이사장 인사를 둘러싸고 책임을 묻고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정치적 공방에만 머문다면 시장 정상화는 또다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이겼는지를 가리는 줄다리기가 아니다. 어떤 입찰 조건이 현실적인지,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마트를 운영할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지, 공실 기간 동안 상인들의 피해를 줄일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마포구청과 시설관리공단, 구의회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면서도 시장 상인과 이용 구민의 입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마포의 상생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 회복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이제는 책임 공방을 넘어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속하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