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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토론회] 계엄의 징후는 이미 있었다…그런데 헌법은 왜 막지 못했나

2026-08-21 20:30 | 입력 : 마포저널

2017년 기무사 계엄 문건, 12·3 이전 계엄법 개정 요구까지…반복된 경고에도 비상계엄 현실화
지난해 계엄법 고쳤지만 다시 개정 논의…“헌법과 법률만 고쳐서는 실제 계엄을 막을 수 없다”

12·3 비상계엄은 정말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었을까.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계엄법 ‘독소조항’ 개정을 통한 국가긴급권 민주화 구축’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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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의원과 정혜경 의원,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가 공동 주관한 계엄법 개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계엄을 둘러싼 징후와 경고는 12·3 이전에도 존재했다.

2017년에는 국군기무사령부가 촛불집회와 관련한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불과 두 달여 전인 9월에는 국회에서 계엄법을 고쳐야 한다는 공개적인 요구도 나왔다.

그런데도 계엄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계엄법을 개정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계엄법을 고쳐야 한다는 토론회가 열렸다.

문제는 단순히 계엄법의 몇몇 조항이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헌법과 계엄법만으로 계엄이라는 국가긴급권의 모든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7년에도 계엄은 이미 ‘검토 대상’이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은 이후 우리 사회가 계엄을 바라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국방부는 2018년 7월 당시 문건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국방부는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이 2018년 3월 16일 기무사령관으로부터 이 문건을 보고받았으며, 과거 정부 시절 촛불집회와 관련해 계엄을 검토한 문건의 존재와 내용상 문제점도 청와대 참모진과의 논의 과정에서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 강성현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교수는 이 2017년 기무사 문건을 계엄을 둘러싼 ‘비공식 기획문서’의 사례로 들었다.

강 교수는 여순사건과 제주4·3, 한국전쟁기의 계엄 역사와 법제를 연구해왔으며, 지난해 국방부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헌법가치 정착 분과위원으로 계엄법 개정 논의에도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2017년 문건은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계엄은 헌법에 적힌 추상적인 국가긴급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 군 조직 내부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12·3 두 달 전에도 계엄법 개정 요구가 나왔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12·3 직전이다.

2024년 9월 20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김병주·박선원·부승찬 의원은 국회에서 이른바 ‘서울의 봄 4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현행법에 쿠데타적 계엄을 막을 법·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시가 아닌 경우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계엄 선포 뒤에도 72시간 이내 국회의 사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김민석 의원은 이미 8월부터 계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9월 2일 대통령실은 이를 ‘계엄 준비 의혹’이라고 반박하며 ‘괴담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즉, 여기서는 어느 한쪽의 주장을 사실로 단정할 필요가 없다.

확인되는 사실은 하나다.

12·3 비상계엄이 발생하기 전부터 정치권에서 계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고, 실제로 계엄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달여 뒤 실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경고들은 왜 헌법수호를 위한 국가 시스템을 움직이지 못했는가.

지난해 계엄법은 무엇을 고쳤나

12·3 이후 국회는 계엄법을 실제로 개정했다.

2025년 7월 22일 시행된 개정 계엄법은 계엄 선포·변경 때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면서 회의의 일시·장소, 출석자의 수와 성명, 발언 내용 등을 기록한 회의록을 즉시 작성하도록 했다.

계엄을 국회에 통고할 때에는 이 회의록도 제출하도록 했다. 또 국회의원과 국회 소속 공무원의 국회 경내 출입과 회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계엄 시행 중 군인·경찰 등의 국회 경내 출입도 제한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기 위한 본회의를 열 경우 구금된 국회의원이 본회의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개정 이유도 명확하다.

12·3 당시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의 국회의원 출입 통제와 무장 계엄군의 국회의사당 진입이 발생했던 것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 다시 계엄법 개정 토론회가 열린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개정이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기능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상당 부분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계엄 자체가 어떻게 발동되는가’와 ‘발동된 이후 실제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병욱 교수 “계엄 선포 요건부터 다시 설계해야”

이날 첫 번째 발제자인 박병욱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 요건과 통제절차 재설계’를 주제로 계엄 선포의 문턱 자체를 문제 삼았다.

헌법 제77조 제1항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병력으로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 조항을 상황적 요건과 필요 요건으로 나눠 설명했다. 즉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고, 병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으며, 군사상의 필요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구조다.

문제는 계엄법이다.

현행 계엄법 제2조는 비상계엄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적과 교전 중이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교수의 문제의식은 헌법이 요구하는 계엄의 엄격한 요건을 계엄법이 충분히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개정된 계엄법이 국회 통제 등 절차적 장치를 강화했지만, 계엄 선포의 실체적·내용적 요건과 기본권 보장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계엄법을 고치는 첫 번째 방향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만 선포할 수 있는가”를 더욱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재승 교수 “계엄사령관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

두 번째 발제자인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사령관의 권한을 정면으로 다뤘다.

발제 제목부터 ‘계엄법의 대혁신 — 계엄사령관의 관장사항 및 특별조치권 통제’였다.

현행 계엄법상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행정·사법 사무를 관장한다. 또 특별한 경우 체포·구금·압수·수색이나 언론 등에 관한 특별조치를 할 수 있다.

지난해 개정으로 특별조치권의 대상에서 ‘거주·이전’이 삭제되는 등 일부 기본권 보호 장치가 강화됐지만, 계엄사령관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집중시키는 구조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개정 이유도 이러한 특별조치권 일부를 조정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계엄법 개정의 핵심은 국회를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계엄사령관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강성현 교수가 제시한 ‘계엄의 네 층위’

이번 토론회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강성현 교수의 ‘규범의 네 층위’였다.

강 교수는 계엄을 헌법과 계엄법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구조는 다음과 같다.

1층은 헌법 제77조.
계엄이라는 국가긴급권의 헌법적 근거다.

2층은 계엄법과 시행령.
국회가 법률로 만들고 공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3층은 합참의 ‘계엄실무편람’과 국방부 작전지침 등 실행문서다.

강 교수는 이 영역을 비공개이며 국회 보고가 없는 실행 규범으로 설명했다.

4층은 2017년 기무사 문건과 2024년 노상원 수첩 같은 비공식 기획문서다.

강 교수는 이를 공식적인 규범체계 바깥에서 실제 계엄을 구상하는 문서의 층위로 제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네 종류의 문서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법률을 고쳐도 실제 군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규정하는 실행문서가 민주적 통제 밖에 있다면, 법과 현실 사이에 또 다른 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 교수는 2017년 기무사 문건과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을 비교하면서, 기무사 문건에는 국회의원 현행범 처리나 언론 검열·인터넷 차단 등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던 반면 계엄실무편람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대목은 계엄을 둘러싼 공식 법령과 실제 권력의 작동 사이에 어떤 간극이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헌법과 계엄법만 고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이번 토론회가 던지는 문제는 계엄법 개정의 범위를 넘어선다.

헌법 제77조는 계엄의 헌법적 근거와 기본적인 요건을 정한다.

계엄법은 그 권한을 구체화한다.

그런데 실제 군의 행동에는 별도의 실행문서가 작동할 수 있고, 공식적인 규범체계 밖에서 비공식적인 기획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계엄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면 헌법과 계엄법만 고쳐서는 부족할 수 있다.

강성현 교수가 제시한 네 층위는 바로 이 문제를 보여준다.

자료집에 제시된 개정 방향에서도 하위문서·전시특례 규범군에 대해 비밀 해제와 사전 제정, 재정비 및 국회 정기보고 등을 통한 통제가 제안됐다.

즉 앞으로의 계엄법 개정은 적어도 네 가지 질문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계엄은 언제 선포할 수 있는가.
계엄사령관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군은 어떤 실행문서에 따라 움직이는가.
그 실행문서와 비공식적인 기획은 누가 감시하고 통제하는가.

그런데 왜 그때는 막지 못했을까

이 지점에서 이번 토론회를 직접 들으며 가장 크게 남는 의문은 따로 있다.

12·3 이전에 계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2017년에는 실제 군 내부 계엄 검토 문건이 있었다.
2024년 9월에는 김민석·김병주·박선원·부승찬 의원이 계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법 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당시에는 대통령실이 이를 부인하고 반박했다.

그런데 12월 3일 실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질문은 “왜 아무도 몰랐나”가 아니다.
“왜 알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국가의 헌법수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나”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부터 검찰 출신이었고 정부와 대통령실 주요 직위에도 법조인 출신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이것만으로 특정 인사들이 헌법수호 의지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별도의 사실 확인과 책임 규명의 영역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이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었음에도 헌법상 국가긴급권의 한계가 실제 권력 행사를 막는 장치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문제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법을 아는 것과 헌법을 지키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헌법수호는 ‘좋은 사람’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국가긴급권에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권한을 행사하려는 순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말 헌법이 예정한 국가비상사태인가.
군 병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행정·사법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인가.
계엄이라는 비상수단이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가.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포함한 행위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심리해 대통령을 파면했다. 국가긴급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적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결국 필요한 것은 헌법을 잘 아는 대통령이나 법률가를 기다리는 제도가 아니다.

어떤 대통령이 오더라도,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어떤 국회가 구성되더라도 헌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국가긴급권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계엄법 개정의 끝은 ‘계엄을 막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지난해 계엄법 개정은 필요했고 의미도 있었다.

12·3 당시 문제가 됐던 국회의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과 국회 소속 공무원의 출입과 회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계엄군 등의 국회 출입을 제한한 것은 분명한 제도적 진전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거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계엄 선포 요건을 더 엄격하게 하고, 계엄사령관의 권한을 제한하고, 군 내부 실행문서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비공식적인 계엄 기획이 국가기관 안에서 은밀하게 작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수호의 책임을 개인의 양심에 맡기지 않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뼈아픈 질문은 어쩌면 이것이다.

계엄이 일어나기 전에 아무도 몰랐던 것인가.
그렇지 않았다면, 왜 경고가 제도를 움직이지 못했는가.

2017년에도 징후가 있었다.
2024년에도 경고와 법 개정 요구가 있었다.
2025년에는 실제로 계엄법을 고쳤다.
그런데 2026년 다시 계엄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그렇다면 이제 계엄법 개정의 목표는 단순히 ‘12·3 때 부족했던 조항을 보완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권력이 들어서도 헌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게 하는 국가긴급권 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번 토론회가 던진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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