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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은행나무 '수화' 독살 의혹…시민 60인 환기미술관 관계자 경찰 고발

2026-07-02 07:03 | 입력 : 마포저널

생명살림선언 발표…비인간 생명 법인격 입법 촉구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100년 이상 된 은행나무 '수화(樹話)'를 살리기 위한 시민들이 환기미술관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출처  서울환경연합
출처 - 서울환경연합

'부암동 은행나무 살리미 60인'은 지난 6월 29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법인 환기재단 장재룡 이사장과 환기미술관 박미정 관장을 형법상 재물손괴죄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발과 함께 '생명살림선언'을 발표하며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비인간 생명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입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리미들이 '수화'라는 이름을 붙인 은행나무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210-4번지에 있는 수령 100년 이상의 노거수다. '수화'는 '나무와 이야기한다'는 뜻으로, 환기미술관이 기리는 화가 김환기의 호와 같은 이름이다.

살리미들은 환기미술관이 지난 4월 22일 외부 조경업체를 통해 은행나무 뿌리 부근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제초제로 추정되는 약품을 주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술관 직원이 경찰 현장에서 약품 주입 사실을 인정했고, 미술관 관계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제초제 사용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나무 진단 결과 잎의 상당수가 변색됐으며, 국립산림과학원 현장 점검에서도 제초제 피해로 추정되는 양상이 확인돼 현재까지도 생존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부암동 주민 현경 교수는 "100년 넘은 나무에 독극물을 주입하고도 사과와 약품 성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인간 생명의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생명살림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고발을 대리한 김보미 변호사는 "고발이 접수되면 수사기관은 공식 수사를 통해 약품의 성분과 주입 경위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도시의 나무를 무단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생명살림선언'에서 "생명살림은 강자의 마음대로 약자의 생명이 처분당하지 않도록 하는 상생의 실천"이라며 "소유권은 살아있는 생명을 마음대로 죽일 권리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설 안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뿌리 비파괴 조사, 담장 재설계 등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며,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리미들은 이날 정부와 관계기관에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 ▲환기미술관의 사과와 회복 비용 부담 ▲해당 은행나무의 즉각적인 보호수 지정 ▲비인간 생명의 법인격 인정을 위한 '생명살림 입법' 추진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종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한 뒤 부암동 환기미술관 인근 은행나무 '수화'를 찾아 나무의 회복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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