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발달장애인들도 자기가 사는 곳에서 자유롭게 살면 좋겠어요.”
지난 6일 열린 ‘1동 1사부작 조례 제정 촉구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 청년 활동가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요구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단순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동네 안에서 이웃과 관계를 맺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지역 돌봄 생태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마포 지역 발달장애 청년 공동체 ‘사부작’ 활동가들과 가족, 법률가,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마련했다. 이들은 기존 「서울특별시 마포구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른바 ‘1동 1사부작 조례’로 불리는 조례 개정안을 제안했다.
사부작은 지난 9년 동안 마포 골목 곳곳에서 발달장애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을 연결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훌라와 요가, 그림 모임, 공연 활동뿐 아니라 동네 빵집 우유팩 수거, 축하 케이크 배달 등 일상적인 마을 활동도 함께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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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훌라 공연을 함께 선보였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서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했다. 웃음과 박수가 이어진 현장은 투쟁 일변도의 집회라기보다, 이미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시설이나 보호의 대상으로 머무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이웃과 인사하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역시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어쩌면 가장 평범한 요구였다. |
사부작 대표 활동가 최경화 씨는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가 아니라, 동네 단골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아는 이웃과 인사하는 평범한 주민의 일상”이라며 “마포 16개 동네 전체에 이런 연결 거점이 생기려면 제도와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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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을 이끌고 있는 최경화 대표는 발달장애 청년들을 마을과 연결하는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의 활동가다. 그는 발달장애 청년들이 시설이나 제한된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동네를 오가며 가족과 친구, 이웃이 있는 지역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 대표가 꿈꾸는 것은 특별한 분리나 보호가 아닌,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옅어지는 지역사회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하고, 카페에서 만나고, 동네 행사에 참여하며 서로의 존재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마을이다. 사부작이 지난 9년 동안 마포 곳곳에서 이어온 활동 역시 결국은 ‘함께 살아가는 동네’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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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례 개정 작업에는 장혜영 전 국회의원과 홍가연 변호사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두 달 동안 전국의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와 마포구 조례를 검토한 뒤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장혜영 전 의원은 “현재 마포구 조례에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규정하는 내용이 사실상 빠져 있다”며 “우리는 훈련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잠들어 있는 조례가 주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조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이 담겼다. 우선 사부작과 같은 지역 기반 공동체 활동을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돌봄 생태계 지원사업’으로 제도화하고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또 자기결정권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 등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조례에 명시하도록 했다. 여기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설치·운영 근거도 포함됐다.
조례 제정 요구는 발달장애 청년들의 실제 삶의 경험과도 연결돼 있다.
사부작 청년 활동가 강우석 씨는 2020년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 사부작 활동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림 동아리와 공연 활동, 도서관 책 배달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는 제주에서 첫 개인전도 준비하고 있다. 강 씨는 “사부작 덕분에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제가 마을에 사는 동안 사부작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나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책임도 거론됐다. 참가자들은 단순한 장애인 복지 공약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출마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우선 ‘1동 1사부작 조례’ 제정에 대한 공개 찬반 입장과 함께, 실제 예산 확보 계획을 밝히라는 것이다. 또한 동별 돌봄 거점 확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설치, 지역 기반 활동가 지원 체계 구축, 장애인과 비장애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프로그램 확대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된다.
특히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선언적 복지 공약을 넘어, 행정이 지속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부작 활동가들과 참여자들은 발달장애인 지원이 특정 기관에 맡겨진 복지 서비스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관계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동 1사부작’ 요구는 단순한 선거용 이벤트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사부작은 지난 9년 동안 지역 안에서 활동을 이어왔고, 이번 조례 개정안 역시 장기간의 현장 경험과 법률 검토를 거쳐 마련됐다. 발달장애인의 삶을 시설이나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마을 안의 일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도 기존 복지 정책과 결이 다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다른 지역 공동체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서대문구 장애인지원주택 관계자인 김치환 씨는 “사부작은 가장 유쾌하고 든든한 공동체였다”며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 살아가는 공동체 모델이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지방선거 출마자 면담과 주민 서명, 정책 제안 활동 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동네마다 우리가 이웃과 연결될 수 있는 돌봄 거점을 만들어 달라”며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조례에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조례가 만들어져 모두가 행복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