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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vs ‘근로자의 날’…이름 하나에 담긴 권리의 무게

2026-05-01 08:18 | 입력 : 마포저널

5월 1일을 둘러싼 명칭이 바뀌었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근로자의 날’은 이제 ‘노동절’로 공식화됐다. 단순한 용어 변경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을 바라보는 국가와 사회의 시선, 그리고 권리 인식의 차이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번 변화는 2025년 10월 국회에서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5월 1일은 명실상부한 ‘노동절’로 지정됐으며, 법정공휴일로서의 의미도 강화됐다.

2025년 5월 1일 오전 광화문일대에 행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 비가 많이 왔었다
2025년 5월 1일 오전 광화문일대에 행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 비가 많이 왔었다. 매년하는 행사겠지만 올해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노동절’, 투쟁과 연대의 역사

‘노동절’은 국제적으로 메이데이(May Day)로 불린다. 그 기원은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에 있다. 이후 1890년 국제 노동운동 진영이 이를 기념하며 전 세계 노동자의 연대의 날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였던 1923년, 조선노동총연맹 주도로 첫 노동절 행사가 열리며 이 흐름에 동참했다. 즉 ‘노동절’이라는 명칭 자체가 노동자의 권리 투쟁과 집단적 연대를 상징하는 역사적 언어다.

‘근로자의 날’, 국가 주도의 재편

반면 ‘근로자의 날’은 정치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1958년 이승만 정부 시기, 노동절은 3월 10일로 날짜가 바뀌었고, 이후 1963년 박정희 정권은 이를 법제화하면서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변경했다.

당시 ‘노동’이라는 단어는 사회주의적 색채로 간주되며 배제 대상이 됐다. 대신 ‘근로’라는 용어가 채택됐는데, 이는 ‘부지런히 일한다’는 윤리적 의미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이 용어가 노동자를 권리의 주체라기보다 ‘국가 발전을 위한 동원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근로는 순응과 성실을 강조하는 개념이며, 노동은 권리와 투쟁을 내포한다”는 해석이 학계와 노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날짜는 돌아왔지만, 이름은 남았다

1994년 김영삼 정부는 날짜를 다시 5월 1일로 환원했지만, 명칭은 ‘근로자의 날’을 유지했다. 결국 ‘날짜는 국제 기준, 이름은 국내 정치’라는 이중 구조가 약 30년간 이어졌다.

그리고 2026년, 명칭까지 ‘노동절’로 바뀌면서 비로소 역사적 원형이 복원된 셈이다. 이 변화까지는 무려 63년이 걸렸다.

이름을 바꾼다고 현실이 바뀌는가

그러나 논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행 법체계가 포착하는 노동의 범위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 새로운 노동 형태가 급증하고 있지만, 제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 역시 노동절을 맞아 단순한 상징 변화가 아닌 실질적 권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성 인정, 원청 책임 강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에서 ‘노동’으로…인식 전환의 시작점

결국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의 차이는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근로’는 성실, 의무, 국가 중심이고, '노동’은 권리, 연대, 주체성을 의미한다.
이 차이는 곧 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프레임을 드러낸다.

이번 명칭 변경은 그 프레임을 바꾸는 출발점일 수 있다. 다만 이름이 현실을 자동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제도와 정책, 그리고 사회적 인식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노동절’은 그 이름값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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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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