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정책모니터링 > 정책모니터링 기사 제목:

적극행정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2026-04-26 07:09 | 입력 : 마포저널

당초 4월 말로 예정됐던 마포대로 소나무가로수에 대한 서울특별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의 감사 결과 발표가 돌연 연기됐다. 위원회는 청구인과 피청구인인 마포구청에 각각 설명 절차를 거친 뒤, 이틀 후 결과 발표를 연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문제는 그 ‘설명’의 맥락이다. 청구인 측에 따르면, 설명 자리에서 대부분의 감사청구 내용은 수용되는 분위기였고, 쟁점이 된 기부받은 소나무에 대한 위탁계약의 이해충돌 여부만 추가 법률 검토를 거치겠다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청구인들은 그간의 문제 제기가 상당 부분 인정받았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발표 연기 소식은 그 기대를 뒤집었다. 현장에 있었던 청구인 대표들은 “마지막까지 양심을 믿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토로한다. 사실상 결론이 정리된 듯 보였던 사안이 왜 다시 흔들린 것일까.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판도를 바꾼 논리는 ‘적극행정’이었다.

적극행정, 법적 개념인가 정치적 수사인가

적극행정은 원래 공무원이 규제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공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행정행위를 수행하도록 장려하는 개념이다. 행정의 소극성과 책임 회피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11
출처 - 마포구청 홈페이지
11
홈페이지에 게시된 적극행정의 사례 중 어디에 해당하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 마포에서 등장하는 적극행정은 그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 법령과 절차를 넘어서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방패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문제다. 해당 사안은 두 차례에 걸쳐 서울특별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의 시정 권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정되지 않고 있다. 주민의 권리와 직결된 사안임에도 행정은 요지부동이다. 적극행정이 아니라 선택적 불이행에 가깝다.

마포순환열차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다수 자치구가 교통약자를 위한 공공 무료 셔틀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마포는 유료 관광형 모델을 택했다. 결과는 수요없는 반복되는 적자 보전이다. 정책 실험이라 부르기에는 비용 대비 공익 효과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

도시 환경 정책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반복된다. 서울시 도시숲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무시하고 마포대로와 삼개로의 기존 가로수를 대거 교체한 사례는, 유지관리로 해결 가능한 문제를 전면 교체로 확대한 결정이었다. 이를 ‘미관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는 있겠지만, 공공성의 기준에서 보면 과잉 개입에 가깝다.

“적극”의 방향이 문제다

문제의 핵심은 ‘적극’이라는 태도 자체가 아니다. 방향이다.

행정이 적극적일수록 법적 정합성과 공익성,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검증은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마포 행정은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논란이 있는 정책일수록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사후적으로 ‘적극행정’이라는 이름을 붙여 정당화하는 구조다.

이쯤 되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적극행정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개념인가, 아니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장치인가.

감사 결과 발표 연기는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다. 행정 판단의 기준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드러내는 신호다. 만약 적극행정이 법과 원칙을 넘어서는 면죄부로 기능한다면, 그 순간부터 적극행정은 공익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남는 것은 비용과 신뢰의 문제

정책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불필요한 예산 지출, 무리한 사업 추진,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언어의 남용은 결국 주민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지금 마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다. 행정이 스스로 설정한 기준을 어디까지 허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에 가깝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주민이 낸 세금으로 치러진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마포저널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마포저널로고

마포저널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이용,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마포저널 MapoJournal. All rights reserved.
발행·편집인 서정은 | 상호 마포저널 | 등록번호 서울아56266 ㅣ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2길 28, 313호 
 기사제보/취재문의 010-2068-9114 (문자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