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효과] 왜 오세훈 시장은 한강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가
    • 세계의 오래된 대도시에는 늘 거대한 강줄기가 있다. 강은 도시의 식수원이자 운송 수단이고, 시민에게는 휴식과 오락의 공간이다. 행정가라면 누구나 강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특히 한강처럼 도시의 심장을 가르는 공간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업적을 남기고 싶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한강은 가장 큰 유혹일지도 모른다.

      한강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우리는 후대에 온전히 물려줄 의무가 있을 뿐이다
      한강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우리는 후대에 온전히 물려줄 의무가 있을 뿐이다. ⓒ봄님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러 차례 시장직을 맡으며 이 욕망을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낸 인물이다. 지지든 비판이든 개의치 않고 자신의 한강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문제는, 한강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그 규모만큼이나 투입되는 예산과 행정력도 천문학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서울시민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한강,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공유지’의 운명

      한강은 서울 면적의 6.7%를 차지하는 거대한 공유지다. 서울의 경관을 결정하고, 시민의 일상적 삶의 질을 좌우하는 공공 공간이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이 공유지는 ‘정책의 실험대’가 되어 왔다.

      2006년 오세훈 시장은 한강시민공원사업소를 ‘한강사업본부’로 바꾸며 한강을 단순 관리가 아닌 ‘개발 사업’의 대상으로 전환했다. 이른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출발이었다.
      세빛둥둥섬, 한강운하 추진, 한강택시 등 대규모 한강 개발 사업이 쏟아졌다. 화려한 조감도만큼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태로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자, 서울시의 문제성 사업들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세빛둥둥섬을 대표적 세금낭비 사례로 규정하고 오세훈 전 시장과 관계 공무원을 수사 의뢰하기까지 했다.

      남겨진 사업, 남겨진 적자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시절의 한강 사업 중단 여부를 고민했지만 이미 민간투자가 얽혀 있었다. 사업을 백지화하면 손해배상과 시설물 처리 문제가 뒤따랐다. 결국 서울시는 2014년 세빛섬을 개장했지만, 2020년에는 자본잠식에 빠졌다. 손님이 늘수록 운영비도 늘었고, 서울시는 SH공사가 추가로 빌려준 자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하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2023년 일부 흑자를 기록했다고는 하나, 이는 이미 누적된 막대한 적자를 고려하면 상징적 의미에 가깝다. 온갖 특혜를 받고, 방문객이 폭증해도 겨우 흑자가 날 정도라면 그 사업은 본질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한강운하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한강택시는 이미 ‘실패한 정책’의 대명사가 되었다.

      실패한 조직이 성공한 ‘존속’

      흥미로운 점은, 한강르네상스가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이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강사업본부는 그대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원래라면 사업 조정에 맞춰 조직도 개편됐어야 한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사업 방향만 바꿨다.

      결국 이 선택이 오늘날까지 불필요한 개발 충동과 조직 논리에 기반한 한강 정책 반복을 낳은 가장 큰 원인으로 남았다.

      한강버스: 또 다른 실패의 반복

      최근 논란이 된 한강버스는 한강택시의 실패를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그러나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 원래 민간이 부담했어야 할 선착장 조성 비용을 서울시가 떠안았고, 운영을 대중교통으로 포장해 재정지원까지 가능하게 만든 실정이다.

      진짜 대중교통이라면 도시교통실이 총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SH공사의 참여가 필요했다면 주택실과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강버스는 두 조직과 무관한 한강사업본부가 총괄하고 있다.
      이 기형적 구조는 결국 억지로 존재 이유를 만들려는 조직이 억지스러운 사업을 생산하는 전형적인 행정 실패 사례로 보인다.

      한강 문제는 오세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강 정책’은 또다시 정치적 표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특정 시장 개인이 아니다.
      한강을 ‘개발 사업’의 대상으로만 보는 관성, 정권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조직 논리, 그리고 공공성을 훼손하는 반복적 정책 실패에 있다.

      한강은 더 이상 서울시장의 치적 경쟁을 위한 실험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강은 서울시민 모두의 공유지이자 도시의 미래다.
      정권마다 다른 조감도의 장식물이 아니라, 시민의 삶에 실제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묻는 것이 이제는 필요하다.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마포저널로고

대표자명 : 서정은 | 상호 : 마포저널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12
기사제보/취재문의 : 010-2068-9114 (문자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