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개발 중인 '지반특성분석지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식 해명에 나섰다.
최근 일부 언론은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이른바 '싱크홀 예방지도'의 공개를 잠정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일 설명자료를 내고 "공개 결정이 늦어진 것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지도 정보가 특정 지역의 위험도를 단정하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공개 범위와 표현 방식, 시민 활용성 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반특성분석지도 개발 용역은 2027년 2월까지 진행 중이며, 용역 결과와 전문가·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공개 여부와 활용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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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울안전누리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는 GPR탐사지도와 지반침하 위치지도 서비스이다. |
서울시의 해명은 단순히 '부동산 때문이 아니다'라는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논란은 재난정보를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공개해야 하는가라는 공공정보 정책의 오래된 고민을 다시 드러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반복된 '재난정보 공개' 논쟁
비슷한 논란은 홍수·침수 정보에서도 있었다.
2022년 수도권 집중호우 이후 시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침수 위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시에는 오히려 "홍수위험지도가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제공돼 실제 위험지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환경부는 이후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을 통해 침수예상 범위와 침수심 등을 공개하고 있으며, 서울시 역시 침수취약지역과 실시간 침수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즉 당시의 논쟁은 "왜 공개하지 않느냐"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지반특성분석지도를 둘러싼 논쟁은 결이 다르다.
'싱크홀 지도'가 아니라 '위험 예측 시스템'
서울시가 개발 중인 지반특성분석지도는 단순히 싱크홀이 발생한 위치를 표시하는 지도가 아니다.
서울시 업무계획에 따르면 지질과 토질, 지하수, GPR(지표투과레이더) 탐사 결과, 지하 매설물, 굴착공사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해 지반침하 위험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분석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GPR 탐사를 확대하고, 2029년까지 지반침하관측망 250개소를 구축해 실시간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즉 사고가 발생한 곳을 보여주는 지도가 아니라 앞으로 위험이 커질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도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예측 정보는 사고 발생을 의미하지 않지만, 특정 지역이 높은 위험도로 표시될 경우 시민들은 이를 곧바로 '위험한 동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설명자료에서 "특정 지역의 위험도를 단정하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표현 방식과 공개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개 여부'에서 '공개 방식'으로
이번 논란은 재난정보 정책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과거 홍수위험지도 논란의 핵심은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반특성분석지도에서는 오히려 정보가 가져올 사회적 파급효과가 함께 논의되고 있다.
위험도 예측 결과가 공개되면 시민 안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특정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이를 부동산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책적으로는 시민의 알 권리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핵심은 '얼마나 공개할 것인가'가 아니다
재난정보는 원칙적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공공정보다.
그렇다고 예측 정보를 충분한 설명 없이 그대로 공개할 경우 시민 불안을 키우거나 특정 지역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예측 결과의 의미와 한계, 활용 방법을 시민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지반특성분석지도 논란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재난정보는 얼마나 감출 것인가가 아니라, 시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
홍수위험지도에서 시작된 재난정보 공개 논쟁은 이제 지반침하 위험 예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공개 여부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충분한 설명을 함께 제공하는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