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식용유는 대개 하수구로 흘려보내지거나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러나 이 ‘버려지는 자원’이 항공기를 움직이는 연료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폐식용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환경오염을 줄일 수도, 반대로 새로운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최근 정부는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기에 일정 비율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SAF는 폐식용유와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생산되는 연료로,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항공은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인 만큼, 현실적인 탄소 감축 수단으로 SAF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원료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는 연간 약 25만 톤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차량용 바이오디젤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는 수거 체계가 미흡해 상당량이 재활용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결국 SAF 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새로운 자원 발굴’이 아니라, 기존에 버려지던 자원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된다.
이 지점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일부 지방정부는 아파트 단지나 주민센터에 폐식용유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일정량 이상 배출 시 생활용품으로 교환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분리수거를 넘어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자원 순환을 촉진하는 효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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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구청 홈페이지에는 폐식용유 배출법에 대한 안내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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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청 홈페이지에는 별도로 폐식용유에 대한 배출법을 설명하고 있다 |
폐식용유 분리배출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하수구로 버려질 경우 기름은 관로에 축적돼 악취와 막힘을 유발하고,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다. 반면 이를 수거해 연료로 전환하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 감축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같은 물질이 ‘오염원’에서 ‘에너지 자원’으로 성격을 바꾸는 순간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폐식용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외에서 수입되는 원료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팜유를 기반으로 한 유사 폐식용유가 유통되거나, 산림 파괴와 연결된 공급망이 형성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결국 국내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투명한 수거·유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책 신뢰성을 좌우하게 된다.
결국 탄소중립은 거창한 기술이나 대규모 투자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프라이팬에 남은 기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같은 일상의 선택이 모여 산업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폐식용유 분리배출은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다.
지자체가 수거 시스템을 정비하고, 주민이 분리배출에 동참할 때 비로소 ‘버려지는 식용유’는 ‘하늘을 나는 연료’로 바뀐다. 탄소중립의 성패가 생활 속 작은 실천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폐식용유 수거 정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