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새벽,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는 마포구청 앞에 마포구 마을정원사들이 모였다. 이날 탐방은 마포구와 자매결연을 맺은 남해군의 정원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남해군이 추진하는 정원도시 정책을 현장에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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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균 마포구청장이 남해 정원 탐방을 떠나는 마포구 마을정원사들에게 버스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유 구청장은 자신이 남해에서 느꼈던 정원에 대한 구상과 감동을 참가자들도 온전히 느끼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유동균 페이스북 캡처 |
탐방은 '남해힐링숲타운'을 시작으로 '원예예술촌'과 '섬이정원'으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각 장소의 정원과 자연환경을 둘러보며 정원이 지역의 자산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남해군은 ‘삶이 꽃피는 정원의 섬, 남해’를 비전으로 섬 전체를 정원으로 가꾸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해의 자연과 생활문화에 정원을 접목해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정원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남해의 자연을 정원으로, 정원을 지역의 자산으로
첫 방문지인 남해힐링숲타운에서는 남해군 관계자들로부터 남해군의 정원 조성 정책과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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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정원 조성 계획과 준비된 자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참가자들은 임도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운행하는 전기차를 타고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하며 남해의 산림 경관과 자연환경을 직접 경험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도 해양관광 개발에만 치중하지 않고, 숲과 정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자연자원을 활용하려는 남해군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 |
남해군이 구상하는 정원도시는 특정 시설이나 관광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머물지 않는다. 바다와 산, 다랭이논, 돌담, 자생식물 등 남해 고유의 자연·생활자원을 정원과 연결하고, 읍면별 테마정원과 거점 공간을 조성해 지역 전체를 하나의 정원 네트워크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남해군은 정원문화 확산과 정원산업 육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정비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정원문화 조성 및 진흥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에는 정원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정원진흥위원회 설치 근거가 포함됐다. 전문가와 지역주체, 행정이 함께 정책을 논의하는 협력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정원도시 조성은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남해여수해저터널과도 맞닿아 있다. 해저터널 개통으로 여수와 남해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여수 등 인근 지역의 관광객을 남해로 유입할 기회가 커질 수 있다. 남해군은 해양관광뿐 아니라 숲과 정원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육성해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원의 섬, 남해’ 종합계획 수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읍면별 테마정원과 거점플랫폼 조성, 주민참여 프로그램, 정원문화산업 육성 전략 등이 담길 예정이다.
남해군은 앞으로 해양·숲·도심을 아우르는 정원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양치유와 스포츠, 휴식을 결합한 해양스포츠 치유여행 플랫폼 조성, 사계절 원예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원예예술촌 정원화, 숲과 하천·마을을 연결하는 신전앵강다숲 일대 정비 등이 대표적이다.
다랭이논을 정원으로… 섬이정원의 공간 철학
세 번째 방문지인 섬이정원은 다랭이논을 정원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농사를 짓던 계단식 논의 지형을 살리면서 다양한 식물과 꽃을 배치해 독립적인 정원 공간으로 조성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개인정원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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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이정원 정원사가 촬영해준 기념사진 한 컷. 마포구 마을정원사들은 다랭이논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꾼 섬이정원에서 여유와 힐링의 시간을 보내며, 한 공간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설계한 정원의 섬세함과 이를 완성하기까지 정원사의 노력과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
섬이정원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정원 하나하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정원사는 다음 정원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한 정원을 둘러보는 동안 다른 정원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해 방문객이 눈앞의 정원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정원과 정원 사이에 시각적인 경계를 두면서 각각의 공간은 독립적인 정원으로 경험된다. 이는 정원이 단순히 넓은 땅에 식물을 배치하는 작업이 아니라, 방문객의 시선과 동선,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까지 고려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기존 다랭이논의 지형을 보존하면서 개인의 정원 철학을 더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지역의 자연과 생활문화가 정원의 소재가 될 수 있고, 행정이 조성하는 공공정원뿐 아니라 개인이 가꾸는 정원도 지역의 정원문화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포의 마을정원사, 주민이 정원을 가꾸는 주체로
이번 탐방이 의미 있는 이유는 마포구 역시 주민참여형 정원 정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는 2025년에 이어 2026년까지 6기 교육생을 배출했다. 교육 내용은 정원 디자인과 식물 생장 기초부터 정원 식물 선택, 정원 조성, 공동체 정원 관리까지 다양하다. 교육을 수료한 주민들은 동별 담당 정원 책임관리제 등을 통해 지역의 공원과 정원을 관리하고, 전문 멘토의 도움을 받아 식목 행사와 주민 녹화사업에도 참여한다.
마을정원사 사업은 주민을 정원의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지역의 녹지를 직접 가꾸고 관리하는 주체로 키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행정이 정원을 조성하고 주민이 이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이 조성과 관리 과정에 참여하는 생활밀착형 녹지 정책인 셈이다.
정원 조성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관리
마포구와 남해군의 정원 정책은 출발점과 규모가 다르다. 남해군이 섬 전체의 자연환경과 관광, 정원산업을 연결하는 정원도시를 구상한다면, 마포구는 주민이 생활권에서 직접 정원을 가꾸고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두 정책이 마주한 과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원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조성 이후의 관리다. 지속적인 예산과 관리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방치될 수 있다. 주민 참여 역시 교육과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인 관리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남해군은 정원도시 정책을 제도와 종합계획으로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 앞으로 계획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고, 지역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마포구 역시 마을정원사 양성 이후 이들이 활동할 공간과 역할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장기적인 관리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남해군 탐방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정원 정책을 추진하는 두 도시가 현장을 통해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남해군의 다랭이논을 활용한 개인정원과 마포의 주민참여형 생활정원은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지역의 자원을 살리고 사람들의 참여로 정원을 가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원은 꽃과 나무를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보존하고, 주민이 함께 가꾸며, 공동체를 연결하는 생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마포에서 시작한 주민들의 정원 활동이 남해의 정원도시 구상과 만나 어떤 배움과 교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