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10월 26일 해당 개정안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주민의 자치권을 보장하기보다 구청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개정안이 주민자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관련 조항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주민자치의 자율성 보장 장치 약화 우려
학회는 개정안 분석에서 주민의 결사·구성 권리, 위원 선출, 자치사무, 재정 자율성, 행정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보호 등을 포함한 12개 기준을 검토했다. 그 결과, 주민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 항목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행 조례에 있던 주민자치 보호 장치 9개가 삭제되거나 약화됐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특정 인구집단의 위원 비율을 3분의 1 이내로 제한하던 규정은 의무에서 노력 사항으로 바뀌고, 사임하거나 해촉된 위원의 재위촉을 2년간 제한하는 규정과 회의록 작성·보관 의무도 사라지거나 약화됐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위원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규정은 주민자치의 대표성과 투명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학회는 이러한 장치가 약화되면 주민자치 조직의 독립성과 책임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원 위촉·해촉 권한은 구청장에게
개정안은 위원 선정 과정에 사전교육과 추첨을 두고, 최종 위촉 권한을 구청장에게 부여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위원장과 감사는 위원 간 호선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학회는 위원 구성과 운영의 핵심 권한이 주민에게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채 행정의 영향력이 유지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개정안 제13조의 위원 해촉 사유 가운데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같은 포괄적인 표현은 해석과 적용에 따라 구청장의 재량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 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해촉 사유를 명확히 하고, 당사자의 의견 진술과 같은 절차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요구다.
주민총회 의결 뒤에도 행정의 판단 거쳐야
주민총회의 권한과 의사결정 구조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학회는 개정안이 주민총회를 ‘주민 공론장’으로 규정하면서도 의사결정의 정족수 등 실질적인 의결 요건을 충분히 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민총회에서 자치계획을 결정하더라도 구청장에게 제출한 뒤 주민자치 관련 위원회의 검토와 결정 절차를 거치도록 한 구조는 주민의 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주민이 논의하고 결정한 사안이 행정의 검토 과정에서 다시 좌우된다면 주민총회의 실질적인 권한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행정이 주민자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주민의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부당한 개입을 막을 절차는 부족
학회는 개정안에 행정의 부당한 개입을 신고하고 조사하거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절차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고·검사와 회계장부 감사 등 행정의 관리·감독 권한은 유지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시했다.
주민자치 조직에 대한 행정의 감독 권한을 규정하는 것만큼이나, 행정이 자치 영역에 부당하게 개입했을 때 이를 견제하고 구제할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는 취지다.
학회는 아울러 개정안에 비용추계서와 미첨부 사유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관련 자료의 첨부 여부와 법적 요건 충족 여부는 해당 입법예고 자료 및 적용 규정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주민자치학회, 5개 개선 과제 제시
학회는 주민자치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1. 주민이 위원을 구성하고 주민총회에서 직접 선출·소환할 수 있도록 할 것
2. 구청장의 자의적인 위원 해촉 권한을 제한하고, 청문과 위원회 의결 등 절차적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
3. 주민총회의 의결 정족수를 명시하고 주민 서명에 따른 안건 제안권을 보장할 것
4. 행정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신고·조사·구제 절차를 규정할 것
5. 특정 집단의 위원 비율 제한, 2년간 재위촉 제한, 회의록 작성·보관 등 주민자치 보호 장치를 복원할 것
마포구의 이번 조례 전부개정안은 자치회관과 주민자치 운영의 제도적 틀을 다시 정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개정 과정에서는 행정 운영의 효율성뿐 아니라 주민의 자율적인 참여와 의사결정권이 실제로 보장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이번 개정안이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자치의 주체가 주민이라면, 제도 역시 주민의 결정권을 보장하고 행정의 개입을 견제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핵심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