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가 운항 1년을 맞았다.
서울시는 누적 이용객 60만3,293명, 만족도 97.3%, 재이용 의사 93.2%, 7월 정시성 99.3%를 성과로 내세웠다. 올해 3월 전 구간 운항을 재개한 이후 이용객은 49만8,795명으로 전체 누적 이용객의 약 83%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용객 증가가 곧 교통난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서울시 발표에는 한강버스로 인해 도로 교통량이나 통행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한 지표가 없다. 대신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앞으로 한강의 경관·관광·수변공간을 연결하는 ‘서울형 수상교통’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당초 ‘교통수단’으로 출발한 사업의 무게중심이 관광과 수변 활성화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목표가 아니라 ‘검증’이다
정책은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처음 예상하지 못한 수요가 확인됐다면 목표를 조정하는 것 역시 지방정부의 정책적 선택이다.
문제는 당초 목표의 성과를 제대로 검증하기 전에 새로운 목표를 추가하는 경우다.
한강버스는 지난해 11월 잠실 인근 저수심 구간에서 선박이 바닥에 걸리는 사고를 겪었다. 서울시는 이후 수심 조사와 준설, 하저 이물질 제거, 항로이탈 방지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올해 3월 전 구간 운항을 재개했다.
서울시 역시 이번 1주년 발표에서 초기 잔고장과 사고를 인정하고 안전·운항체계를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안전 문제를 보완해 정상 운항에 들어간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초기 시행착오와 안전 보완에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투입된 사업이라는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은 정책의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나
여기서 지난 6·3 지방선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한강버스에 대해 당선 즉시 운항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관광용 활용을 검토하고, 안전 확보가 어렵다면 사업 중단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결과는 오세훈 후보의 재선이었다. 오세훈 후보는 49.22%, 정원오 후보는 48.07%를 얻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15%포인트였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한강버스 정책의 중단·재검토를 선택할 수 있었던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가 한강버스 하나만을 놓고 치러진 것은 아니므로, 이 결과를 한강버스에 대한 시민 전체의 찬반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오세훈 시장이 재선되면서 한강버스는 중단이나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 계속 운영·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 서울시는 앞으로 선착장을 확대하고 배차간격을 줄여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바뀌지 않는 한 기존 단체장의 대형 정책사업을 시민이 직접 멈추게 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한번 시작한 지방정부 사업은 왜 멈추기 어려운가
한강버스에서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특정 사업의 찬반보다 지방정부 대형사업의 구조적 문제다.
단체장이 바뀌면 전임자가 추진한 대규모 사업이 새로운 단체장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업이 이미 착수됐거나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다면 중단하기도 어렵다.
이미 투입한 돈이 아깝고, 사업을 중단하면 그동안의 정책 결정이 실패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단체장은 전임자의 사업을 계속하거나 수정하는 데 다시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 그만큼 자신의 임기 동안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의 재정 여력은 줄어든다.
이른바 ‘매몰비용’의 문제다.
정책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미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를 더 써야 하고, 그 돈으로 어떤 공공편익을 얻을 수 있느냐다.
한강버스도 이제 선택의 문제가 됐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운영사의 운항결손에 대해 2년간 135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선착장 부대사업 등을 통한 수익구조를 마련해 2028년 또는 2029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현재는 재정지원 없이 완전히 자립한 사업이 아니다.
더구나 서울시는 앞으로 선착장을 확대하고 배차간격을 줄여 한강버스를 일상적인 대중교통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업을 확대할수록 추가적인 공공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지방정부 정책의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한번 시작한 사업은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
사업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새로운 가능성이 확인됐다면 계속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판단을 단체장의 의지만으로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계속할 이유’와 ‘멈출 기준’
한강버스가 정책 실패인지, 변화한 환경에 맞춘 유연한 정책 전환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판단할 기준은 분명하다.
당초 목표인 교통난 완화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가. 관광·수변사업으로 목표를 변경한다면 그 편익은 얼마인가. 그리고 앞으로 시민의 세금이 얼마만큼 더 투입되는가.
이 세 가지가 공개돼야 한다.
지방정부의 정책은 단체장의 임기와 함께 시작되고 끝나는 개인의 사업이 아니다. 한번 시작된 사업이 다음 단체장에게 넘어가면서 ‘이미 시작했으니 계속해야 하는 사업’으로 변한다면, 지방자치에서 시민의 선택은 사실상 단체장을 뽑는 순간 끝나버릴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원오 후보는 한강버스의 중단과 전면 안전점검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의 재선으로 그 정책적 선택은 실행되지 않았다. 이는 특정 후보의 공약이 옳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선거에서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았을 때 이미 추진된 대형사업의 향방을 다시 검토할 제도적 장치가 충분한가라는 문제를 던진다.
정책을 바꾸는 것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정책을 바꾸는 것과 실패한 정책을 계속하기 위해 목표를 바꾸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한강버스 1년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여기에 있다.
시민이 선택한 단체장이 추진한 정책이라도, 막대한 예산이 계속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중간에 성과를 다시 평가하고 축소·수정·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한강버스의 다음 1년은 이용객 숫자보다 그 브레이크가 작동할 수 있는 지방자치인지를 보여주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