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성수동에서 시민들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가로수 관리계획을 직접 검토하고 평가하는 「2026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이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법으로 의무화된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시민의 눈으로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모니터링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니다. 2024년 개정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2025년부터 매년 연차별 가로수 조성·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그동안 행정 내부에서 다뤄지던 가로수 관리가 시민의 검증과 참여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가로수 계획, 왜 시민이 살펴보나
연차별 가로수 계획 제도는 기존의 10년 단위 도시숲 계획만으로는 급변하는 도시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로수 제거와 과도한 가지치기 논란, 생활권 녹지에 대한 시민 요구 증가 등이 제도 도입의 배경이 됐다.
이 제도는 각 자치구가 매년 가로수 조성·관리 계획을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이 내용을 확인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모니터링, 변화를 만들었다
행사를 주관한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2025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에서는 ▲법적 의무사항 누락 ▲홈페이지 미공개 ▲부실한 사업 근거 ▲사후관리 부족 ▲생육환경 개선 계획 부재 ▲주민참여 부족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이후 서울시는 자치구별 연차별 가로수 계획 전문을 공개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고, 올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모두가 계획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실제로 일부 자치구는 지난해 수 페이지 수준에 불과했던 계획서를 수십 페이지 규모로 보완했다. 참가자들은 "작년 활동이 헛수고가 아니었다"며 시민 모니터링이 실제 행정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예산은 보이는데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의 평가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참가자들은 많은 계획서가 여전히 사업 수량과 예산 중심으로 작성돼 있으며, 사업의 필요성과 목표, 기대효과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구청이 알아서 잘 관리하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료를 직접 읽어보니 시민 참여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사업계획에 금액과 수량은 적혀 있지만 왜 이 사업을 하는지, 어떤 근거로 숫자가 정해졌는지는 알기 어려웠다"며 "형식적이고 급조된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생육환경 개선과 사후관리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눈에 보이는 사업보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계획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전정 논란과 현장의 목소리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용산구에서 참석한 한 시민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강전정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다른 참석자는 "언론에서는 강전정을 일괄적으로 부정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있지만 수형을 고려한 적절한 전정까지 문제로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계획서에 적힌 가지치기 계획과 시민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작업이 다르게 느껴진다"며 현장 점검과 시민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로수 수종 관리에 대한 정보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은행나무의 경우 암나무를 수나무로 전환해도 다시 암나무 특성이 나타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정확한 정보가 공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 감시를 넘어 신뢰 회복으로
이날 행사에서는 연차별 가로수 계획 제도의 한계도 함께 논의됐다.
계획 수립 시기와 실제 가지치기 적정 시기가 맞지 않는 문제, 계획 변경 시 주민에게 알리는 기준이 부족한 문제, 도로·철도·재개발 사업 등 다른 기관이 시행하는 가로수 제거 사업이 계획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 등이 대표적으로 지적됐다.
특히 주민참여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가로수 캠페인, 정책 협의체,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주민참여 계획을 수립한 자치구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가로수 문제는 단순히 행정을 비판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구청에 대한 불신과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함께 이해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모니터링이 시민들이 가로수의 가치와 관리 과정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시의 나무를 누가 결정하는가
이번 「2026 가로수 계획 모니터링」은 도시의 나무를 단순한 조경시설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공공자산으로 바라보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가로수 관리가 더 이상 행정만의 영역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계획을 읽고, 질문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모니터링이 정보공개 확대라는 변화를 만들어냈다면, 올해는 그 다음 단계인 시민 참여와 행정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던진 셈이다.
도시의 나무는 수십 년에 걸쳐 자란다. 그 나무를 어떻게 가꾸고 지킬 것인가는 결국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도시의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