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찾아온 더위 속에서 진행된 2026 지방선거에서 마포갑 지역 출마 예정자들과의 인터뷰는 의외의 공감대로 흘렀다. 정책도, 공약도 아닌 “선거운동 방식”이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단순했다. “이대로는 버티기 어렵다.”
고유가 상황에서 유세차량을 운영하는 비용은 이미 감내 수준을 넘어섰다. 하루 종일 지역을 도는 차량 한 대의 대여비, 주유비는 웬만한 소규모 선거조직의 예산을 잠식한다. 여기에 대형 현수막 문제까지 겹친다. 선거 때마다 도심을 뒤덮는 현수막은 대부분 석유화학 기반 소재, 즉 나프타에서 출발한다. 에너지 수급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 자체가 ‘사치성 정치 소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비용만이 아니다.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음은 이제 ‘선거의 풍경’이 아니라 ‘민원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주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상인들은 영업 방해를 이야기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 축제에서 소외된 채 소음을 견디는 관객이 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본질이 있다.
이러한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보전된다는 점이다. 일정 득표율을 넘긴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현행 제도는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긍정적 취지가 있지만, 동시에 비효율적인 선거 방식까지 공적 재정으로 떠받치는 구조를 만든다. 다시 말해, 고유가 시대에 기름을 태우며 도는 유세차와 대량의 현수막 비용을 국민이 함께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다.
유세차량은 여전히 가장 직접적인 인지 수단이다. 특히 지역 기반이 약한 후보에게는 ‘존재를 알리는 최소 장치’다. 디지털 홍보가 일상화됐다고는 하지만, 고령층이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유권자들에게는 여전히 오프라인 접점이 중요하다. “유세차라도 있어야 선거가 시작된 걸 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없앨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의 선택이 아니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신호다.
지금의 선거운동은 산업화 시대의 유산에 가깝다. 소리로 알리고, 물량으로 덮고, 반복 노출로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고, 환경 부담이 커지고, 시민의 삶의 질이 중요한 기준이 된 지금, 같은 방식은 점점 더 비효율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가 먼저 바뀔 수 있는가.”
인터뷰 자리에서 일부 후보들은 조심스럽게 “집권여당이 먼저 줄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상징성 때문이다. 비용 절감과 환경 고려, 그리고 시민 불편 최소화라는 기준을 정치권이 먼저 실천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메시지가 된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먼저 줄이는 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더 큰 현수막을 걸고, 더 큰 소리를 낼 것이다. 이 ‘죄수의 딜레마’를 깨지 못하면 변화는 시작조차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개별 후보의 결단이 아니라 제도의 개편이다.
유세차량 운행 시간과 음량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현수막 총량을 강하게 규제하며, 대신 공공 플랫폼을 활용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지역 단위 공공 디지털 게시판, 공식 선거 정보 앱, 공동 토론회 확대 같은 ‘저비용·고정보’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공공 인프라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선거는 경쟁이지만, 방식까지 무한 경쟁일 필요는 없다.
지금의 선거운동은 후보의 메시지보다 확성기의 출력과 예산 규모를 더 크게 만든다. 유권자가 듣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소음이고, 기억하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피로감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크게 외치는 정치”를 원하는가, 아니면 “제대로 전달되는 정치”를 원하는가.
변화는 불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선거운동은 분명히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