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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어도 못 살린다”…도심 가로수, 왜 ‘재활용’이 안 되나

2026-04-09 15:10 | 입력 : 마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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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생존율·제도 한계에 막힌 이식…결국은 ‘제거 후 식재’ 반복
공공자산이라지만 현실은 소모 구조…도시 녹지 정책 재설계 필요

도심 재개발과 도로 정비 과정에서 사라지는 가로수들. 잘려나간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다시 활용하는 ‘재활용’은 가능할까. 현실의 답은 “거의 불가능하다”에 가깝다.

법과 제도는 ‘원상복구’를 요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식보다 제거와 신규 식재가 일반화돼 있다. 가로수가 재활용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경제성, 생존율, 그리고 제도 설계의 구조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가로수가 ‘재사용 가능한 자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판결(2024구합77310)에서 가로수를 단순한 식물이 아닌 공공 인프라로 규정했다. 재건축 등 사업 과정에서 가로수를 제거하거나 이식한 경우, 사업자는 공사비와 별도로 ‘원인자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작업 비용이 아니라, 제거로 인해 발생한 수목의 공공적 가치 손실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즉, 가로수는 옮겨 다시 쓰는 대상이 아니라, 훼손될 경우 별도의 가치 손실이 발생하는 자산으로 간주된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재활용’ 자체가 제도적으로 뿌리내리기 어렵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다.

가로수 이식은 단순히 나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다. 뿌리를 포함한 굴취, 운반, 재식재, 사후 관리까지 복합적인 공정이 필요하다. 특히 수령이 오래된 대형 수목일수록 장비와 인력 투입이 늘어나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이식하는 것보다 새로 심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판단이 일반적이다. 공공기관이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제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재활용 포기’로 이어진다.

기술적 한계도 뚜렷하다.

가로수는 이식 과정에서 뿌리 손상과 토양 환경 변화, 수분 스트레스 등을 겪는다. 이로 인해 이식 이후 생존율이 낮고, 추가적인 유지·관리 비용까지 발생한다.

결국 이식은 비용은 높고 성공 가능성은 불확실한 ‘고위험 선택’이 된다. 안정적인 결과를 원하는 행정과 사업 구조에서는 선택되기 어려운 방식이다.

재활용을 뒷받침할 인프라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한때 가로수 보존 대안으로 도입된 ‘나무은행’ 제도는 상당수 지자체에서 유명무실해졌다. 나무를 옮겨 둘 공간 확보가 어렵고, 관리 비용 부담이 크며, 재활용 수요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옮겨도 둘 곳이 없고, 다시 활용할 구조도 없다”는 현실이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현행 제도 역시 재활용보다는 ‘대체’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가로수를 제거하면 원상복구가 요구되지만, 이는 기존 나무를 살리는 개념이 아니라 동일한 기능을 새로운 수목으로 대체하는 방식에 가깝다. 원인자부담금 역시 제거 비용과 수목 가치 손실, 신규 조성 비용 등을 포함해 산정된다.

결과적으로 제도 자체가 재활용보다 ‘제거 후 재식재’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누적되면서 도심 가로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만 약 1만2천 그루의 가로수가 순감소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재개발·재건축 등 공사 과정에서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로수 재활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개발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도시 녹지 기반 자체가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가로수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

비용은 높고, 생존율은 낮으며, 제도는 대체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여기에 보관과 관리 인프라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가로수는 사실상 ‘한 번 쓰고 사라지는 공공자산’처럼 취급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도시 생태계 보전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가로수를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닌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바꿀 것인지. 가로수 문제는 이제 도시 정책의 방향을 묻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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