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8·22 전당대회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를 대구·경북에서 시작했지만, 첫 무대부터 ‘윤석열 탄핵 찬반’ 세력 간 격렬한 대립이 폭발했다.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 김근식의 연설이 시작되자,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 씨가 기자석에서 일어나 “배신자”를 외쳤다. 이를 신호로 일부 당원들이 동조했고, 행사장은 곧 소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계엄 옹호론에 빠진 사람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겠나”라고 맞받았고, 손범규 후보도 “연설장에서 이런 야유가 왜 필요한가”라며 공개 비판했다.

당 대표 후보들의 정견발표는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진영의 입장 차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찬탄 진영의 안철수 후보는 “반헌법적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직을 차버린 사람을 옹호하며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단세력에 당이 휘둘리고 있다”며 주류·친윤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경태 후보도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을 몰아내지 않고선 당의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탄 진영의 장동혁 후보는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준 사람들이 이제 와서 당원들을 ‘극우’로 몰고 있다”며 역공에 나섰다. 그는 “전직 대통령은 구속돼 인권 유린을 당하는데 당은 절연만 외친다”며 탄핵 찬성파를 ‘쭉정이’로 규정했다.

반탄 진영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탄핵·계엄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단합과 대여투쟁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서로 경청하면 좋겠다”며 극우 선동 장면에 우려를 표했다.

김 후보는 “당내 의원 107명이 분열하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진다”며 단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는 전대 서막이자 당내 극우화 논란과 세력 갈등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찬탄 vs 반탄’ 구도는 향후 전국 순회 과정에서 표심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은 단순한 당권 경쟁이 아니라, 탄핵 이후 보수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구·경북에서 터져 나온 ‘배신자’ 함성은, 국민의힘의 진로와 향후 보수 진영의 생존 방식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