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오는 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를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이번 전대의 성격은 '새 지도부 선출'이라는 본래 의미보다 '탄핵 찬반 판별기'라는 퇴행적 성격이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치적 비전은 실종되고,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7년 전 갈등에 발이 묶인 모습이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은 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본경선에 진출할 당대표 후보로 김문수·안철수·장동혁·조경태 후보를, 최고위원 후보로 김근식·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신동욱·양향자·최수진 후보를 발표했다.
“중립은 탈락, 선명한 진영만 생존”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중립과 균형을 지향한 후보들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주진우 의원은 중립·초선 이미지를 바탕으로 당내 ‘반탄 연대’와도, 극단적 쇄신론과도 선을 긋는 노선을 시도했지만, 예비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 의원은 탄핵 문제에 대한 ‘자유투표론’을 주장하며,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려 했지만, “모호한 입장”이라는 당심과 민심의 평가 속에 지지를 얻지 못했다. 당심은 강한 색깔을, 민심은 분명한 쇄신을 원했지만, 주 의원은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당심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본경선 구조(당원투표 80%, 국민여론 20%)가 중도·중립 노선을 제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본선 당대표 구도는 ‘탄핵 찬반 양극화’
본선에 진출한 4인은 모두 선명한 노선을 지닌 인물들이다.
반탄: 김문수 전 경기지사, 장동혁 의원
찬탄: 안철수 의원, 조경태 의원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윤석열-박근혜' 계승을 동시에 강조하는 일종의 보수 통합론을 내세우면서도, 반탄 성향 당심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탄핵 무효론’을 주장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반면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친한동훈 성향의 당원들과 일반 국민 여론을 의식한 쇄신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본선 룰상 ‘당심 장벽’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최고위원 구도도 ‘계파 안배’…쇄신파는 소수
당대표 후보들과 더불어 최고위원 본경선 진출자 8인도 확정됐다.
쇄신파: 김근식, 양향자
친윤계 지도부 우군: 김민수, 김태우, 신동욱, 최수진
친김문수계·보수강경파: 김재원, 손범규
이번 최고위원 구도는 ‘비윤 vs 친윤’이라는 단순한 구도보다 더 세분화된 계파의 안배가 드러난다.
김근식·양향자 후보는 상대적으로 정책중심 쇄신파로 분류되며, 인지도와 정치경륜을 앞세워 도전장을 냈다. 반면 김재원·손범규 등은 친김문수·반탄 성향으로 분류되며, 최고위원에서도 ‘탄핵 프레임’이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도부 선출 아닌 ‘입장 정리 테스트’로 전락한 전대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당론이 부재한 국민의힘이 내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후보 개개인의 탄핵 입장’에 판단을 떠넘긴 정치적 무책임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라면 향후 정국 운영 전략, 민생 어젠다, 차기 총선 전략 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 전대는, “누가 탄핵에 찬성했는가”라는 과거의 물음만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당의 미래 비전이나 정책 논쟁은 뒷전이고, 과거 행적만으로 줄세우기와 낙인찍기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보수정당의 방향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당심 강화된 본선…반탄 세력 ‘당선 유력’
22일 청주에서 열리는 본선에서는 당원 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라는 구조상 반탄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
민심보다는 당심을 더 중시하는 룰이 유지되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과 괴리된 선택을 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총선을 불과 7개월 앞두고 선택되는 이 지도부는 과연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을까.
탄핵을 다시 끄집어내 당내 분열을 자극하고, 친윤 vs 비윤, 극우 vs 쇄신의 구도를 반복하는 한, 국민의힘은 ‘보수의 중심’이 아닌 ‘갈등의 전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보수정당으로서 ‘과거의 갈등을 정리하지 못한 것’은 단순한 역사 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내년 총선을 준비할 전략적 능력 부재의 경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탄핵’이라는 오래된 질문에서 벗어나, 시대적 요구에 답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그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