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재소환해 조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 삭제 의혹과 제3자 내란방조 의혹을 중점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업무 처리 내용을 잘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박 전 처장에 대한 세 번째 소환 조사로, 앞서 지난달 5일과 14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박 전 처장은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와 함께 비화폰 서버 기록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6일 비화폰 통화 기록이 삭제되기 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통화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수사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조태용과의 통화 정황 포착... 비화폰 삭제 직전 접촉
특검이 박 전 처장에 대해 반복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비화폰 기록 삭제 과정에서 그의 역할이 핵심적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화폰은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 간의 기밀 통화에 사용되는 만큼, 이 기록의 삭제는 증거인멸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박 전 처장이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비화폰 기록 삭제 직전 통화한 정황은 두 인물 간의 공모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이미 지난달 17일 박 전 처장과 조 전 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어, 확보된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추가 추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재조사... "제3자 내란방조" 의혹 규명
한편 특검은 이날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한 재조사도 실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 4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조사로, '제3의 인물의 내란 방조 혐의'에 대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노 전 사령관 조사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른바 '노상원 수첩'이다. 이 수첩에는 'NLL 인근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외환 의혹과 직결되는 핵심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명분 조성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수첩 내용으로 본 계획적 도발 의혹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기록된 내용들은 단순한 대북 대응 방안이 아닌, 북한의 반발을 의도적으로 촉발하기 위한 계획적 행동으로 보인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오물풍선 원점 타격'과 'NLL 인근에서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의 표현은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행동들을 계획했음을 시사한다. 만약 이런 계획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명분 만들기였다면, 이는 국가 안보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한 심각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반복 조사로 진술 일관성 검증
특검이 박 전 처장과 노 전 사령관을 반복적으로 소환하는 것은 진술의 일관성을 검증하고 새로운 증거에 대한 반박을 듣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앞선 조사에서 확보한 물적 증거나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과 대조하여 모순점을 찾아내고, 추가적인 진실을 끌어내려는 수사 전략으로 보인다. 두 인물 모두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들인 만큼, 이들의 진술에 따라 수사의 방향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 확대 신호... 추가 소환 가능성
박 전 처장과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재조사는 내란특검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비화폰 기록 삭제라는 증거인멸 의혹과 계획적 북한 도발 의혹은 단순한 내란을 넘어 더 광범위한 범죄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
특검은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두 인물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들과 연관된 다른 인물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