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선거구 강서…‘수직 계열화 정치’의 전형
강서구의회의 파행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반복돼 온 내부 갈등과 통제 실패가 누적된 결과가 이번 사태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서울 강서구는 강남구, 송파구와 같이 국회의원 선거구가 3개로 나뉜 ‘초대형 자치구’로, 정치적 파급력이 크다.
약 57만 명 인구를 기반으로 갑·을·병 3개 선거구를 갖는 강서구는 국회의원을 정점으로 서울시의원, 구의원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 정치 구조’가 촘촘히 형성돼 있다. 통상 이 구조는 동일 정당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안정성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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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MBC 뉴스 화면 캡처 |
보궐선거로 완성된 권력 집중 구조
현 구청장인 진교훈(더불어민주당 소속)역시 이러한 정치 구조 속에서 선출됐다. 그는 2023년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으며, 이는 전임 구청장 김태우(국민의힘 소속)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아 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진 선거였다.
당시 선거는 여야가 정면 충돌한 ‘정치 심판 성격’을 띠었고, 결과적으로 강서구는 국회의원, 구청장, 구의회 다수당까지 동일 정당 중심의 ‘일체형 권력 구조’가 형성됐다. 외부 견제보다는 내부 조율에 의존하는 정치 환경이 자리 잡은 셈이다.
의장 구속·부의장 논란…리더십 붕괴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의장단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사법 리스크가 연이어 터지며 의회 리더십은 급격히 흔들렸다.
의장은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의혹으로 구속됐고, 부의장은 성희롱 의혹과 징계 논란에 휘말렸다. 의회 수장이 동시에 도덕성과 법적 정당성을 상실하면서 의정 운영의 중심축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셀프 방탄’ 논란…의회 통제력 붕괴
갈등의 핵심은 의회 스스로의 통제 실패였다. 의장 직무대리를 맡은 부의장이 자신과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상정을 거부하면서, 책임 추궁 절차가 사실상 차단됐다. 의회 권한을 이용해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셀프 방탄’ 비판이 확산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장은 고성과 반말, 퇴장 명령이 이어지는 등 극단적 대립 양상을 보였다. 의사 진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고, 의회는 자정 기능을 상실한 채 내부 충돌만 반복하는 상황에 빠졌다.
비상 절차로 이어진 표결…의장단 동시 불신임
사태는 4월 14일 제319회 임시회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의장 직무대리가 불신임안 상정을 거부한 채 산회를 선포하고 퇴장하자, 남은 의원들은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임시의장을 선출하고 회의를 이어갔다.
이후 표결을 통해 부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됐고, 이어 구속 상태에 있던 의장 역시 불신임됐다. 의장과 부의장이 동시에 직을 잃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의결은 단순한 정치적 충돌의 결과라기보다, 정상적 의사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상적 방식으로 결론에 도달한 사례로, 강서구의회가 처한 구조적 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의원·시의원까지 번진 정치 균열
이번 사태는 기초의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서갑 국회의원인 강선우(전 더불어민주당 소속)는 공천 헌금 의혹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서울시의원 출신인 김경(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역시 관련 의혹으로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국회의원–시의원–구의원으로 이어지는 수직 정치 구조 전반에서 동시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는 공천과 정치 자금, 권력 운영 방식 전반에 걸친 구조적 균열을 시사한다.
원인은 개인이 아닌 구조…견제 없는 권력의 붕괴
결국 이번 강서구의회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다. 특정 인물의 일탈이 아니라, 견제 장치 없이 권력이 집중된 구조에서 발생한 시스템 붕괴라는 점이다.
겉으로는 하나의 정치 축으로 묶인 ‘원팀 구조’였지만, 실제로는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내부에서 충돌하는 상태가 지속돼 왔다. 공천으로 연결된 정치가 통치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책임 없는 권력만 남은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이번 사태를 일회성 정치 파행으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지방자치의 구조적 개혁으로 이어갈 것인지다. 강서구의 선택은 단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지방정치 전반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