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가 추진한 ‘품격 있는 녹색 특화거리 조성 사업’을 두고 주민들이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다. 기존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를 대규모로 제거하고 소나무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법령 위반, 환경적·경관적 훼손, 주민 의견 배제 등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 벌목
주민감사청구서에 따르면, 마포대로 1km 구간은 당초 양버즘나무 32주만 제거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83주가 베어졌다. 그 자리에 소나무 189주가 심어졌다. 삼개로 구간 역시 은행나무 41주가 모두 제거되고, 대신 소나무 54주가 들어섰다.
주민들은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은 수목이 제거됐고, 건강한 나무까지 무분별하게 교체됐다”며 “안전진단과 생육조사 결과도 공개되지 않아 행정 절차의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탄소흡수량 가장 높은 나무 없애고, 가장 낮은 나무 심어”
환경적 측면에서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주민감사청구서에는 양버즘나무의 평균 탄소 저장량이 361.6kg으로 소나무(47.5kg)의 약 6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인용됐다. “지구적 기후 위기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종을 가장 비효율적인 수종으로 교체한 것은 비전문적이고 불합리한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산림청 지침에 따르면 소나무는 대기오염에 약해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변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삼개로에 심은 소나무 상당수가 몇 달 만에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도시숲 조성’ 명분에 의혹
마포구는 해당 사업을 ‘가로수 교체’가 아니라 ‘도시숲 조성’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기존에도 다층 구조의 숲이 조성돼 있었는데 이를 없애고 새로 심은 것”이라며 “명분을 바꿔 기존 숲 훼손을 정당화했다”고 반박했다.
주민 의견 배제·예산 의혹
절차적 문제도 제기됐다. 「지방자치법」과 「행정절차법」은 주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마포구는 설명회·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았다. 사업 완료 후에야 설문조사가 진행됐지만, 대상과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울러 삼개로 구간은 기부받은 소나무 54주로 조성됐음에도, 공사비 내역에 동일 수목이 포함돼 중복 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주민들은 “기부 처리 내역과 실제 예산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2차 구간은 보존해야”
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위법·부당했다며 서울시의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더불어 공덕역~아현역으로 이어지는 2차 구간 사업에서는 기존 양버즘나무를 보존하고, 유지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길을 지켜온 나무는 단순한 조경 자원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환경 자산”이라며 “무분별한 벌목은 예산 낭비이자 미래 세대의 그늘을 없애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