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투를 줬더니 분리됐다, 거점을 만들었더니 망설였다
    • 송파·강북·마포 폐비닐 정책, 무엇이 달랐나
    •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업체와 협력해 폐비닐 전용봉투 분리·회수 정책을 확대하는 가운데, 자치구별 대응 방식의 차이가 정책 성과를 가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김가네, 롯데리아, 버거킹, 배스킨라빈스, 땅스부대찌개 등 5개 프랜차이즈와 ‘폐비닐 분리배출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핵심은 매장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을 전용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서울시가 이를 전량 수거·재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참여 매장에는 폐비닐 분리배출존이 설치되고, 종사자 교육과 시민 참여 캠페인도 병행되고 있다.

      정책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전용봉투 916만 장을 제작해 약 26만 개 상가에 배포했다. 그 결과 재활용 선별량은 6.3% 증가했고, 종량제폐기물은 하루 평균 18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분리배출 방식 변화가 소각·매립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인 셈이다.


      송파구와 강북구는 전용봉투 지급이라는 직접적 수단을 선택한 반면, 마포구는 ‘소각제로’라는 거점형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 자치구의 선택은 왜 달랐고,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송파·강북 “봉투를 주니 행동이 바뀌었다”

      송파구와 강북구의 공통점은 정책 수단이 단순하다는 점이다. 폐비닐을 따로 모을 봉투를 제공하자, 상가와 주민의 행동이 즉각 바뀌었다. 분리배출은 ‘의식 개선’보다 ‘물리적 조건’이 먼저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특히 송파구는 대형 상업시설과 일반 상가가 혼재한 구조 속에서 프랜차이즈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전용봉투를 지급했다. 강북구 역시 홍보와 계도를 병행하며 분리수거량 증가라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다만 두 구 모두 공통적으로 “예산과 행정력이 계속 투입돼야 한다”는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다.

      마포 “소각을 줄이겠다는 의지는 분명했지만”

      마포구는 다른 길을 택했다. 생활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소각 자체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소각제로가게’를 도입했다. 주민이 재활용품을 직접 가져와 분리·배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수거 중심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2023년 3월 ‘소각 없는 도시’를 표방한 ‘마포형 소각쓰레기 감량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할 재활용 중간처리 거점으로 소각제로가게를 선보였다. 이 정책은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건립 계획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마포의 정치·환경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 소각시설 확충 대신 감량과 재활용 확대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선택이다.

      낸난방 시설까지 갖춘 이 컨테이너는 분리수거장과 차별점이 없어서 예산 낭비라는 평가가 지역구민 사이에서는 우세하다 출처  마포구 공식 블로그
      냉방 시설까지 갖춘 이 컨테이너는 분리수거장과 차별점이 없어서 예산 낭비라는 평가가 지역구민 사이에서는 우세하다.
      출처 - 마포구 공식 블로그

      내부는 일반 분리수거장과 다를 게 없다 출처  마포구 공식 블로그
      내부는 일반 분리수거장과 다를 게 없다. 출처 - 마포구 공식 블로그
      그러나 정책 효과 측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소각제로는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일상적으로 다량 발생하는 폐비닐을 흡수하기 어렵다. 상가 밀집 지역에서 매일 발생하는 비닐을 처리하기에는 접근성과 규모 모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소각 감축’이라는 목표와 ‘일상 폐비닐 관리’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마포에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결합’

      세 자치구 비교가 보여주는 결론은 분명하다.
      폐비닐 정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송파·강북 모델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지만 비용이 든다. 마포 모델은 상징성은 크지만 확장성이 약하며, 소각제로가게라는 자체가 덩치 큰 예산 블랙홀이 되고 있다.
      서울시의 프랜차이즈 협력 모델은 효율적이지만 업종을 가린다.

      마포에 필요한 해법은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를 지역별로 결합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밀집 지역에는 서울시 협력 모델을, 골목상권과 시장에는 송파·강북식 전용봉투 지급을,
      소각제로는 보완적 역할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비닐 문제는 분리수거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의 문제다.
      송파·강북·마포의 선택은 지금 서울 자치구들이 어떤 비용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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